건강한 생활

“발효의 원리를 알면 나만의 술을 빚을 수 있습니다!”

두문불출55 2017. 10. 3. 09:39

[발효와 건강]

“발효의 원리를 알면 나만의 술을 빚을 수 있습니다!”

- 전통주 연구가 윤길준 선생이 말하는 발효의 꽃 ‘약이 되는 술’ 이야기  -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의 98%는 전통주가 아니다!”

전통주를 연구하는 松坡 윤길준(71) 선생은 단언한다. 조선시대 가문마다 이어져 내려온 전통주 비법이 일제 강점기때 말살되었고, 해방 이후 일제의 조치를 계승하면서 다양하게 집에서 빚는 술 제조법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한다. 약술을 포함한 우리의 전통주의 효능과 담그는 법을 배워보자.

 

윤길준 선생의 전통주와의 인연

수원이 고향인 윤 선생은 1.4 후퇴 때 대구로 피난 가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는데, 외갓집이 경북 의성이었고 외조부께서는 양조장을 경영하셨다. 방학 때마다 외갓집에 놀러가 막걸리를 빚는 외할아버지를 보면서 저절로 전통주와 익숙해지면서 성장했다. 

1970~80년대 밀가루 제조사인 동아제분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전국 밀가루 막걸리 양조장을 순회하면서 양조장 주인과 어울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양조장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후 식당 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전통주 연구를 하면서 발효와 약재에 대해서 심도있게 공부하다가 막걸리 만드는 것이 너무 좋아서 직접 대중에게 막걸리 만드는 법을 강의하게 되었다. 자주 직접 술을 담았던 체험을 바탕으로 발효와 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있어서인지 그의 강연은 인기가 많다.. 강연이 끝나고 나면 이전에 담궈 100일 이상 숙성된 막걸리를 가져가 함께 마시면서 음미하는 시간으로 마감하는데, 그런 세월이 벌써 20여년 수강생은 천 여명에 달한다.  

 

발효의 미학 전통주 -깊은 맛은 미생물의 차이!

현재 유통되는 막걸리가 전통의 막걸리가 아닌 이유를 들어보자.

1907년 일제는 주세법을 제정,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집술인 가양주(家釀酒)를 금지하고 허가 양조장에서만 술을 만들 수 있게 했는데 이는 주세(酒稅)를 받으려는 꼼수였다.

당시는 김치 담그듯이 술을 담궈 먹었는데, 집집마다 직접 만든 누룩을 사용하고 술담는 방식도 달라서 집마다 각기 특징있는 술을 만들었다. 주세법이 생긴 이후 집마다의 전통 제주법은 사라지게 되었으니. 일제에 의해 우리의 먹거리 전통과 문화가 파괴된 뼈아픈 역사이다. 

해방 후에도 양조장에서는 전통누룩이 아닌 일본식 누룩을 사용하게 되니 술맛도 예전과 달라져 버린 것이다. 우리의 전통 누룩은 노지에서 띄우는 곡자(麯子)인데, 통밀을 으깨 촘촘하게 발로 밟아서 상온에서 발효시킨다. 습도와 온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유두절(음력 6월 6일) 누룩 품질이 가장 좋다.. 이렇게 만든 전통주는 그윽한 향이 나고 집마다 독특한 술맛이 나지만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일본식 누룩 국자(麴子)는 강제로 특정균을 넣어 별도의 입국실에서 발효시킨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적고 맛이 균일하지만, 술의 깊은 맛이 없다. 따라서 양조장에서 대량의 술을 만들어 유통판매하기에는 일본식 누룩을 사용할 수 밖에 없으니 시중 막걸리 대부분은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전통주와는 거리가 멀다.


약재를 넣은 약술은 가정의 영양제

약술이란 약재를 넣는 술로 우리의 선조들이 술을 빚을 때 가족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초를 함께 넣어 술을 빚는 데서 비롯되었다. 집안 식구끼리는 체질이 비슷해서 같은 약재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가정 영양제로 사용되었다. 

약재의 어떤 부분을 사용하는 가에 따라 약술 만드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진달래, 국화 같이 꽃을 사용할 경우 꽃의 수술을 제거, 고두밥 버무릴 때 같이 넣는다.

솔잎, 뽕잎처럼 잎을 사용할 경우 고두밥 찔 때 같이 쪄준다.

줄기와 뿌리는 잘게 썰어서 삶아서 그 물을 활용하고, 버무릴 때 삶았던 원재료로 같이 버무린다.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 등의 기(氣)를 활성화시키는 약재를 넣은 사군자탕은 남성에게 좋고, 숙지황, 백작약, 천궁, 당귀 약재를 넣은 사물탕은 혈(血)을 활성화시켜 여성에게 좋다고 한다. 사군자주와 사물주에 황기와 육계를 합한 십전대보주도 만들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약재를 넣어 약이 되는 술을 만들면 건강과 행복이 함께 자라날 것이다.

단일 균주가 아닌 우리의 전통 누룩의 미생물들이 깊은 맛을 만들어주는 우리의 전통주!

누룩을 이용한 발효 과정을 이해하고, 가정에서 약술을 정성으로 빚는다면 누구나 전통주의 달인이 될 수 있고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가 있다.


<윤길준 선생의 막걸리 빚기>

세상에는 다양한 막걸리 제조법이 있지만, 다음은 윤길준 선생만의 전통주 빚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전통 누룩을 사용하고 빚을 때 물을 최소화하여 발효과정을 최적화하고, 충분한 숙성기간을 두어 깊은 맛을 내는 특징이 있다. 


1. 쌀씻기/불리기 

쌀 표면에 붙어있는 각종 성분을 벗겨내기 위해 쌀뜨물이 안나올 정도로 씻는다. 씻은 쌀은 12시간(겨울기준) 물에 불린다. 알코올 발효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쌀의 당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쌀 표면에 붙어있는 각종 성분을 벗겨내야 한다. 이 과정을 백 번 씻어 낸다는 뜻으로 백세(百洗)라고 한다.

물에 불리는 침지(浸漬) 과정이다. 고두밥을 쪄서 당화가 잘 이루게 하는 과정으로 겨울철에는 12시간, 여름철에는 6~8시간 불린다. 통상 전날 저녁에 불려서 다음날 고두밥 짓기로 이어진다.


2. 고두밥 짓기 

찹쌀은 90분, 멥쌀은 2시간 동안 찜통에서 찐다. 이때 멥쌀은 1시간 경과후 뒤집어 주고 물을 뿌려준다. 

이때 들어가는 찹쌀과 멥쌀의 비율은 1 : 2의 비율로 한다. 이 비율은 윤 선생의 오랜 경험에 의한 것이고 취향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 찹쌀은 술에 단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데 찜통에서 90분이면 쪄진다. 멥쌀은 쓴맛을 내는데 찔 때 1시간 후 뒤집어 주고 물을 한 번 뿌려주면서 2시간을 찐다.


3. 항아리 소독 

염분기가 없도록 깨끗이 씻은 항아리를 짚을 태운 연기로 훈연 소독한다. 


4. 버무리기 

고두밥을 식힌 후 누룩과 4:1의 비율로 약간의 물과 함께 버무린다. 이때 뭉쳐있는 고두밥은 손으로 일일이 펴서 누룩과 잘 섞이도록 한다. (윤길준 선생이 사용하는 누룩은 송학곡자의 45년 전통 누룩을 사용한다.) 누룩을 많이 사용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드는 반면, 누룩향이 강하고 색이 검어지고 독한 술이 되는 장단점이 있다.

(Tip) 고두밥과 누룩은 버무릴 수 있을 정도의 적은 양의 물만 사용한다.

  


5. 안치기 

버무려진 고두밥을 항아리에 담는다. 항아리에는 70% 정도만 채운다. 마무리로 누룩으로 맨 위층에 덮는다. 작업이 끝난 항아리 입구는 천으로 막고 뚜껑을 덮어준다.

  


6. 이후부터는 발효과정 - 3~4일(여름), 7일(겨울) 소요 

항아리는 바닥에 방석을 깔고 주위를 이불로 덮어주어 내부에서 자체 발산하는 품온으로 발효가 진행되도록 한다. 발효과정 7일(겨울)간 매일 상태를 체크한다. 발효가 끝나면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숙성과정을 갖는다. 

항아리 내부에서 발효가 진행되면서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품온현상)으로 30~32℃까지 올라간다. 외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발효할 수 있도록 항아리 바닥에 방석을 깔고 이불을 덮은 상태에서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발효과정이 끝나면 2차 발효나 부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이곳에서 100일 정도의 숙성기간을 지내고 용수를 박아서 술을 뜨면 약주가 되고, 그대로 물을 섞어서 내리면 막걸리가 된다.


7. 막걸리 거르기 

100일의 숙성과정이 지난 항아리 속 내용물은 물과 섞은 후 채로 걸러낸다. 


  

<발효후 100일의 숙성기간이 경과한 막걸리와 용수를 박아 걸러낸 약주>



취재 : 2017. 2.1. / 2.9.

게재 : 월간 상업농경영 2017년 3월호